서서히,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나는 통증을 느낀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것이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중이가 불편한 사촌 동생과 병원에 가기 위해 낯선 길을 떠나는 나. 그 장소에서 그는 처음 가봤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기시감을 느낀다. 죽은 자신의 친구와 그의 애인과의 사건. 그리고 거기서 그녀가 해준 장님 버드나무 꽃가루가 재운 여자의 몸 속을 파리가 먹는 기묘한 이야기.

서서히 무언가에 파묻혀 나의 몸을 침범한 불청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잠에 빠져드는 여자, 그리고 반복된 치료에 점점 회의를 느끼며 지쳐가는 동생과 그것을 지켜보는 나. 어쩌면 이것은 무언가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였다. 상처받아도 익숙해지고 변화에 지치고 둔해지는 모습.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점차 닳아 간 것이다. 마치 사촌의 귀처럼.

같은 곳을 똑같이 저어 버리니까, 지금은 왠지 닳아 버린 기분이다.내 귀라는 느낌이 안 들어<눈먼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에서

무언가에 대해 점점 익숙해져가는 우리의 모습은 어쩌면 슬플 수도 있고 당연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를 이 소설에서는 뭔가 안개가 낀 듯한 기묘한 분위기로 표현한다. 우리가 이 소설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이 자극, 이 이야기에도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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